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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럽 인문학여행30] 스위스 바젤 4박 5일, 노독 풀면서 바젤, 바이엘러 미술관, 비트라디자인, 바덴바덴 둘러보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11.12 03:11 수정 2024.11.13 03:11

김서련 소설가

비트라디자인
바젤 2일, 유스호스텔 주방에서

새벽 4시 48분. 바젤 유스호스텔은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다. 1층 로비와 식당도 그렇고 2층 주방도 그리 넓지는 않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인덕션이 양쪽으로 분리되어 있고 무엇보다 홀에 놓인 테이블이 친화적이다. 열몇 명은 빙 둘러앉아서 먹을 수 있을 만큼 큼직한 테이블에 1명, 혹은 여러 명 자리를 차지하고 먹는다. 주방에서 요리해서 먹는 사람이 많다.

바젤미술관을 보고 공원카페에서 맥주 한잔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젤sbb 지하에 있는 슈퍼에 둘러본다. 주방에서 식사하려면 데친에서처럼 대충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 요리는 못하더라도 남 보기에 식사다운 식사는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에 이것저것 본다. 경험상 역의 슈퍼는 동네보다 가격이 비싼 편이라 보기만 하고 역 뒤편으로 나오니 천막촌이 시끌벅적하다. 알고 보니 중앙역 뒤편으로 숙소는 몇 분만 걸어가면 되었고 지나가면서 그 천막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어느 회사에서 홍보를 하나 했다.

그런데 밤이 되자 그곳은 일종의 야외식당이었다. 케밥, 튀김류, 맥주, 식사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팔고 별도로 쳐 놓은 천막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가격도 저렴하다. 적당히 먹을 게 있나 싶어서 찾아본다. 자장면 비슷한 면 종류가 보이지만 참는다. 

냉장고에 넣어둔 밥은 어떡하나. 고추장이 있으면 야채를 사서 비벼 먹어요. 이기영 대표의 조언을 떠올리면서 근처 슈퍼로 간다. 야채도 싸고 스테이크도 대폭 할인한다. 맥주값을 유로로 지불하고 바꾼 스위스 돈 CHF 프랑, 환율이 1500원대다. 엄청나다. 지갑에 들어 있는 프랑으로 5일까지 살아야 한다. 미술관 입장료와 꼭 필요한 곳에만 지불해도 모자랄 판이다.

 담에 스테이크 먹고 오늘은 비빔밥 먹자. 야채 코너에서 가격 대비 물건을 고른다. 이전 같으면 눈에 띄는 것 대충 샀을 건데 꼼꼼하게 가격을 본다.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돈의 씀씀이다. 일행 2명은 물건 하나 허투루 사는 것이 없고 알뜰하기 그지없다. 주변의 물건을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하고 절약하고 아끼는 습관은 남편과 비슷했다. 돈도 별로 벌지 못하면서 돈에 대한 개념 없이 살았던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면서 야채와 사과, 내일 점심으로 먹을 빵을 준비한다. (이것도 한 작가한테 배운 점, 그녀의 요술 가방에는 없는 게 없음)

첫날, 먹거리를 사 들고 192번 숙소 앞, 첫날 분명히 192번지 도착했는데도 숙소 간판이 보이지 않아서 비를 홀딱 맞고 빙빙 돌았던 곳이다. 숙소는 건물과 건물 사이는 ㄷ형이고 도로변에 있는 건물은 Bau1,2,3……. 으로 되어 있고 안쪽 건물은 Halle5,7,8…. 되어 있고 주소 끝자리인 1523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 내비게이션은 완료라고 했는데, 간판은 보이지 않고 노트북 가방을 메고 먹거리 보따리를 손에 들고 캐리어를 질질 끌면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고 왔다갔다 했던 내 모습을 떠올린다. 

이른 아침이라 지나가는 사람은 없지 할 수 없이 처마 밑에 짐을 두고 우산을 쓰고 일일이 건물 주소를 확인했고 맨 안쪽에 있는 숙소를 발견했다. 화초와 나무와 테이블이 놓인 3층 건물의 벽에 숙소 이름이 적혀 있고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여태 묵은 호스텔과 달리 정원이 있고 소박했는데, 저녁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낮에는 한 젊은이가 간이매점에서 커피를 팔고 사람들이 테이블에 앉거나 건물 계단에 앉아서 마시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곳은 레스토랑이었고 야외 테이블엔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그러니까 ㄷ형 양쪽 건물은 레스토랑, 체험장, 상가, 빌라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풍경이 연출되었던 것.

아무튼 숙소에 도착, 밥을 데우고 야채를 얹혀 고추장에 비비자 한 끼 훌륭한 식사가 된다. 아이 3명과 여자 1명, 20대 여자 1명이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에서 같이 먹어도 미안하지가 않다. 여행 경력 30년의 이기영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이 절로 든다.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외식을 해서 그런지 슬슬 밥이 좋아진다.

서로 대화를 주고받지 않아도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고 처음 보는데도 친숙한 이 느낌은 대체 무엇인가.

방에 새로 온 친구도 마찬가지. 빨간색 바지와 재킷을 입고 옷 정리를 하는 노랑머리 친구는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바로 침대 위에서 하얀 피부의 여자애가 책과 필수품을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연신 웃는다.
낯선 곳에서 온 사람들이 한 방에서 기거해도 어색하지 않고 화기애애한 풍경이 연출된다. 유스호스텔의 좋은 점은 바로 이것인가.

사실, 오늘 낮에 바젤을 걸어 다니면서 차라리 파리에 갈 걸 그랬나 하고 약간 후회를 했다. 가로수 밑에는 작은 화단이 꾸며져 있고 곳곳에 꽃이 피어 있고 새소리가 들려오는 거리를 걸으면서 느끼는 것은 단정하고 조용하다는 것이다. 건물도 단조롭고 거리는 지나치게 깨끗하고 건널목에 서 있으면 차들이 멈추고 먼저 가라고 손짓하고 트램은 조용하게 지나가고 빵빵거리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도시.

보는 것마다 신기한 파리가 그리웠다. 이기영 대표는 왜 여길 추천했을까.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저녁에 공원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면서 느낀 그 느긋함, 그 고요함, 미술관에서 보낸 호젓한 시간. 지금 주방의 은은한 불빛 아래서 일지 쓰는 이 시간, 창밖에 보이는 푸른 나무, 새소리. 서서히 깨어나는 아침의 시간을 오롯하게 느끼는 이 순간.

ⓒ 웅상뉴스(웅상신문)
바젤 3일, 비트라 가는 길
의자, 건축 등 디자인의 세계 속으로


“비트라 디자인 센터에 가세요,”
이기영 대표의 권유에 잔뜩 기대하고 찾아간 비트라. 바일 암 라인 역에 내리니 역 앞 건물조차 예술적으로 보인다. 계단으로 올라가고 건너가고 트램이 다니는 횡단보도를 건너 건물에 들어가 보니 의류와 신발 등 쇼핑센터다. 한 바퀴 빙 돌고 화장실에 가서는 와, 하고 탄성을 지른다. 화장실이 아니라 고급 룸에 들어온 느낌이랄까. 벽 전체가 화려한 그림으로 그려진 화장실은 세련미가 넘쳐난다.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지은 비트라가 있다고 하더니. 초입부터 다른가.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거의 같은 길을 걸어간다. 한적한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다. 호들러의 무슨 영성체 운운하는 그림이 자꾸만 머리에 떠오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길가의 집들은 단아하고 문 입구마다 화초가 심겨 있다. 마을 입구에 도착, 모서리를 돌자 붉은색 벽돌 건물이 나타난다. ㄱ으로 된 두 개의 붉은 건물 앞에 넓은 마당이 있고 의자가 있고 계단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거나 서 있다. 처음엔 학생인가 했더니 자세히 보니 어른들이다. 마을의 무슨 공동체 건물인가 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비트라까진 아직 몇 분 남아 있고 아무리 봐도 비트라 박물관 비슷한 게 보이지 않는다. 붉은색 건물 옆엔 거대한 돌덩어리로 만든 듯한 건물이 있는데, 직사각형의 창문과 처마를 받친 지렛대 모양이 아무리 봐도 그냥 세운 것이 아니다. 단순한 선이 어디서 많이 본 예술작품과 닮았다. 

일단 사진을 찍는다. 내비게이션이 가르쳐 준 방향에는 문이 잠가져 있고 지도를 들고 붉은 건물로 걸어가는 남녀를 따라 들어간다. 바로 비트라디자인박물관이다. 바젤카드를 제시하여 할인을 받고 뮤지엄 2개 관람, 1뮤지엄은 알고 보니 의자컬렉션이다. 세계의 유명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의자들을 보고 건물을 빙 돌아 한참 걸어서 2뮤지엄으로 향한다.

드넓은 들판에 휑하니 지은 건축물들. 의자를 만드는 공장인 듯한 건물을 돌아서 가니 사진에서 본 건축물이 나타난다.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비트라디자인박물관, 안도 다다오의 콘퍼런스 홀, 자하 하디드의 소방서, 알바로 시자의 비트라 공장, 헤르조그&드 뫼롱의 비트라 하우스와 세지마 카즈요와 류에 니시자와의 공장 건물 등
직원들이 손질하고 있는 정원과 푸른 풀밭에는 길쭘하고 네모나고 세모나고 지그재그, 뒤틀린 건축물이 우뚝 서 있다. 들어가 보니 각종 제품 판매하는 곳, 패스하고 2뮤지엄으로 향한다.

이것이 전부입니까?
두번이나 직원에게 물어본다. 그림 전시회이고 꽤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왜 기대를 했을까. 워낙 유명한 비트라,이니 전시된 작품들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 것. 1층 커다란 대형 화면과 몇 개의 화면 구성은 특이하다. 소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아서 영상을 본다. 옛날 옛적의 일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고 씨앗을 심고 가꾸고 그것이 꽃이 되고 정원이 되고 천이 되고…. 영상만 보고 대충 흐름 팔락, 나중에 찬찬히 공부하기로 한다.

#비트라- 1950년 가족기업으로 시작한 가구 및 산업 디자인 회사. 임스 의자로 유명한 임스부부와 조지넬슨의 오피스 가구 판매하면서 성장. 회사 자체적인 디자이너 없이 외부의 디자이너와 콜라보하는 형식으로 운영(충분한 시간을 가진 디자이너가 끊임없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면서 개성과 역량 표현 가능), 디자이너의 작업을 통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 만듬. (비트라디자인뮤지엄. 비트라캠퍼스)
비트라디자인박물관


바덴바덴, 봄나들이
- 도시의 산책자가 되어-


오늘은 아침 7시까지 푹 잔다. 새벽 4시쯤 자동으로 눈을 떴지만, 어제저녁 약국에서 사 온, 물에 타 먹는 감기약을 먹고는 다시 눈을 붙인다. 주방에 나가면서 입은 겉옷을 입고 누우니 온몸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느낌이다. 그동안 약간 춥게 느껴진 것이 보온 탓이었나. 암튼 이런저런 꿈도 꾼다.

바젤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으로 밤차로 프라하에 간다. 한 2일 머물다가 8일 귀국한다. 여행도 마무리 단계다. 어제는 유레일 패스 1장으로 바덴바덴 갔다왔다. 남은 1장은 데친행이다. (유레일패스 7장 완전소진)

인구 5만의 독일의 소도시 바덴바덴.
검색해보니 고대 로마 때부터 온천으로 유명, 바덴이란 단어도 목욕(Bad)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바젤sbb에서 ICE열차를 타니 약 1시간 30여 분에 도착, 가볍게 봄나들이한다. 창밖 풍경으로 푸르고 물과 커피와 노트 한 권이 든 배낭은 가볍고 오가는 길도 그리 어렵지 않아서 한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봄 소풍하는 듯한 기분이다.

커피를 마시고 셀카를 찍고 그간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바덴바덴 도착.

바덴바덴
블로그 검색한 대로 역 앞에 버스도 많다. 일단 카라칼라 온천이나 가보자 싶어서 그중에 자주 오는 201번 버스를 타서 BAD Leopoldsplatz에 내린다. 어, 근데 이게 웬일이냐. 바로 시내 중심지이
다. 옷, 선물, 카페 등이 활성화되어 있다. 체코의 온천마을인 ‘카를로비바리’와 어딘가 닮았다. 그 도시처럼 건물이 고풍스럽지 않고 상가도 약간 일관성이 없이 들쭉날쭉하지만 카페와 거리는 깨끗하고 고개만 돌리면 푸른색과 꽃이 들어온다.

도시 구경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거리 끄트머리 산 쪽에 붙어 있는 카라칼라 온천으로 간다. 준비물인 수영복이 없지만 대여가 되는지 물어보고 일정은 나중에 정하기로. 타월 6유로에 빌려준다는 말 이외 없어서 긴가민가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수영복 대여 노, 1층에서 사든지 짧은 셔츠와 반바지는 된다나. 독일 온천 오기도 힘든데 싶어서 반바지를 사러 간다.

 때마침 50% 세일하는 옷가게가 있어서 들어가니 여자들이 한참 쇼핑 중이다. 어느 나라이든 남편의 역할은 비슷한 듯, 노부인이 옷을 고르고 있는 동안에 의자에 앉아서 자는 남편, 빨간색과 노란색 옷을 들고 어느 것 살까 보여주는 아내의 얼굴을 멀뚱하게 바라보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남자, 졸졸 따라다니면서 옷을 봐주는 살뜰한 남자도 보인다. 옷을 사거나 물건 사면 아예 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을 떠올린다.

아무튼 옷 색깔도 노랗고 빨갛고 파랗고 초록색이고 검고 희고 다양하다. 다행히 반소매 셔츠는 있어서 반바지만 사면 되는데, 적당한 게 없다. 가격도 만만찮다. 아,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초록색 모자가 눈에 들어온다. 가격을 보니 온천가격과 비슷하다.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한다. 온천 가격과 반바지 비용으로 초록색 모자를 사고 거리를 구경하고 카페에서 맛난 걸 먹을 것이냐. 아니면 온천이냐. 온천이야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갈 수 있고 운운…. 결국 생각은 모자로 돌아선다.

그리하여 온천을 포기하고 거리 구경, 맥주도 마시고 젤라또도 먹고 에스프레소도 마시고 화장품도 사고…. 저녁 7시 19분 열차라, 쉬고 졸고 돌아다녀도 시간이 남아돈다. 이왕이면 역까지 걸어가자. 구글맵은 1시간 정도 가리키고 길도 일직선으로 그냥 도로를 따라가면 된다. 쉽다. 이렇게 쉬운 길도 있나. 살랑살랑 걸으면서 도시 구경도 하고 완전 일거양득.

나는 어느 사이 도시 산책자가 된다. 바덴바덴 도시를 가로질러 산책하는 느낌이다.
바덴바덴 지도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버스가 가는 길이니 길쭘하다. 어느 지점에서 도로가 2갈래로 나누어지지만 어느 길이든 역으로 통한다. 모든 버스가 역으로 통하는 느낌이다. 대체 바덴바덴 어떤 도시인가. 궁금증이 생긴다. 지형이 길쭘하나. 양편을 보니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가는 길도 녹음 일색이다. 그리고 눈에 밟히는 것이 아이들이다. 시내에서도 눈에 띄게 많은 것이 아이들이고 유모차를 끄는 사람들이었다. 유난히 아이들이 많다는 생각에 바덴바덴의 경제구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 소도시에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는 있지만 요즘 너도나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판국에 젊은 여자들이 갓난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이 무척 좋아 보인다.
예상한 대로 역까지 1시간 소요. 무사히 역에 도착한 나는 다시 바젤로….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진 듯하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도 해가 서쪽 하늘에서 머뭇머뭇거린다. 푸른 들판에 떨어지는 햇빛을 보면서 이번 여행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러 명이 함께 할 때와 혼자일 때의 차이점. 남미와 서유럽 여행 때 15명 정도 되었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즐거운 일도 많았다. 아무튼 40일 넘게 긴 여행을 함께 하면 사람들의 면면을 좀 더 접하게 된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평소 자신의 생활습관과 생각, 감정들을 조금씩, 혹은 구체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우기도 하고 스스로의 내면에 더 다가서기도 하는 듯.

‘생각의 오류’(토마스 카다 지음)에서 저자가 지적한 오류 중에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화를 해보면 각자의 생각에 따라서 판단하고 믿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음을 알게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체로 사람들은 자시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자기 일을 헤쳐나가기도 바빠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상황을 돌아다볼 여력이 없는 것 같다. 깊이 사고할 시간도 없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일화적인 이야기를 믿고 말하는 경하도 있다. 나 또한 마찬가지.

아무튼 여행을 하다 보면 나라마다 살아가는 법이 다르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여행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대로 봐주는 것. 그래야만 여행이 순조롭고 즐거우니까.

여행의 또 다른 장점은 선택에 대한 책임이다.
바덴바덴의 나들이처럼 온천이냐. 시내 구경이냐. 양자를 놓고 선택한 것은 시내 구경이다. 대신 놓친 것은 온천이다. 젤라또를 먹고 있을 때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방금 온천을 하고 나왔다면서 이것저것 말을 걸어오는 노부인의 얼굴은 반들반들하고 윤기가 흘렀다. 아, 온천. 피로가 싹 사라질 텐데. 온천에 대한 미련 때문에 시간을 보니 오후 4시다. 열차는 시간별로 있으니 예약차가 아니라도 별문제가 없을 것 같고 지금이라도 갈까, 하는 마음이 잠깐 들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뭔가 선택을 할 때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
여행지에서는 그런 식의 선택이 많고 매 순간 신중하게 선택해도 나중에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비슷하다. 
벌써 8시 44분, 휴대폰 충전이 덜 되었지만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 캐리어는 카운터에 맡기고 바이엘러 미술관 갔다가 밤 9시 13분 EN409를 타고 데친으로...

#바젤, 바이엘러 미술과, 비트라디자인, 바덴바덴.
바이엘러 미술관
비트라디자인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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