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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365일 24시간 응급실, 지나친 욕심인가!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03.23 06:42 수정 2024.03.23 06:42

박 인 의원(경상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 웅상뉴스(웅상신문)
양산 유일 지역응급의료기관 웅상중앙병원 페업에 직면하여


우리 몸에는 눈에 잘 보이진 않지만 동맥과 정맥만큼이나 중요한 혈관이 있다. 바로 모세혈관이다. 그물망처럼 뻗은 모세혈관은 한시도 쉬지 않고 온몸을 돌아다닌다. 필자는 의료전달체계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지역의 중·소형병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응급실 운영이 가능한 중형병원이 우리 몸속 모세혈관처럼 얽혀서 지역 곳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주민의 건강권을 담보하고 지역 응급의료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4일 양산 동부지역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인 웅상중앙병원이 폐업하게 되면서 동부 양산의 24시간 응급 의료체계가 무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양산부산대병원마저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따른 파업으로 심각한 지역의료 공백이 우려된다. 응급의료시설이 3개 있는 서부 양산과 달리 웅상중앙병원 폐업으로 이제 동부 양산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은 부산 기장군에 소재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됐다. 인구 10만 명이 넘는 웅상 주민들은 응급실을 찾아 부산이나 울산, 20km 가까이 떨어진 서부 양산까지 가야 할 처지이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상황 발생 시 골든타임을 못 지킬 가능성도 커졌다.

부실한 지역의료는 비단 양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가까운 김해시의 김해중앙병원도 지난해 10월부터 경영 악화로 병원 운영을 전면 중단했고, 올해 1월에서야 김해복음병원의 시설 보완이 마무리되면서 지역응급의료기관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었다. 양산시는 10년 전에도 민간 병원의 부도로 응급실이 문을 닫으면서 1년에 걸쳐 응급의료 공백 사태를 겪은 바 있으며, 그 후 수차례 우려 섞인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나 딱히 나아진 건 없다. 이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공공의료원 설립 촉구 1만인 서명운동에 나선 웅상 주민들의 요구가 점차 고조되어 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한 만큼 양산시가 119안전센터에 구급차를 추가 배치하고, 인근 의료기관과 응급실 확대 운영 협약을 맺어 재난안전관리기금으로 협력 의료기관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하루빨리 대체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여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원 설립이든 웅상중앙병원의 시립화 추진이든 큰 틀에서 인구 10만 웅상지역의 의료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더 나은 지역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경남도 역시 응급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웅상중앙병원 폐업과 같은 갑작스러운 지역의료 공백은 결국 주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경남의 인구 10만 명당 치료 가능 사망자 수(2021년 기준)가 47.28명으로 전국 3위를 기록했다. 서울 38.56명보다 8.7명이 많고 전국 평균 43.7명보다도 3.6명이 더 많다. 치료 가능 사망률이 높다는 것은 효과적인 치료가 이뤄졌다면 발생하지 않을 사망자가 그만큼 생겨난다는 의미다. 경남에 산다(住)는 이유로 살(生) 수 있는 환자들이 숨질 가능성이 전국에서 3번째로 높다는 얘기다.

인구소멸시대, 가장 기본적이고 시급한 사회복지는 다름 아닌 의료복지다. 지방에 산다는 이유로 언제까지 응급환자들과 가족들이 치료를 못 받을까 불안에 떨며 가슴 졸여야 하나. 아플 때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365일 24시간 응급실 운영을 바라는 웅상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지나친 욕심이 아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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