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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영주 칼럼

무엇을 위한 목숨인가.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9.28 09:50 수정 2023.09.28 09:50

원암 장 영 주
국학원 상임고문
웅상신문 칼럼위원

ⓒ 웅상뉴스(웅상신문)
시월상달, 초사흘에 국조 단군께서 나라를 여시니 개천절開天節이다. 우리는 왜 나라를 세운 것을 하늘이 열렸다고 할까. 밝고, 드넓고, 공평무사하여 영원히 틀림없는 하늘과 하나 된 나라를 땅위에 세우려는 한민족의 마음이자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처럼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이념은 나라의 대들보와도 같은 ‘건극建極’이다. 홍익인간은 인간의 목숨을 가장 가치 있게 쓰고 보장하겠다는 고귀한 사유체계이며 실천철학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의 건국이념보다 큰 뜻이다. 국민 개개인의 목숨이 피어나고 쓰러지는 총합을 역사라고 한다. 그들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문화이며 그들의 철석같은 꿈을 철학이라고 한다. 하늘처럼 밝게 트인 분들의 철학으로 세워진 나라가 한민족의 원형이다.

이와 같이 고귀하게 태어난 나라를 굳게 지키는 것이 ‘안보’이고 그 백성의 삶을 두루 지키는 것이 ‘안전’이다. 10월 1일은 안보를 지키는 ‘국군의 날’이고 24일은 안전을 지키는 ‘경찰의 날’이고 10월 9일은 한국문화의 뼈대인 한글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그러니 시월상달은 하늘이 열려 땅에 내려앉은 나라의 건국과 하늘자손인 국민의 재산과 목숨을 지키고 풍부한 하늘문화를 펼치라는 뜻을 다지는 숭고한 달이다. 무엇을 향한 삶인가? 누구를 위한 목숨인가? 선조들께서 역사를 관통하여 목숨 걸고 찾아낸 질문이며 답이다. 목숨은 목까지 차오른 마지막 숨이다. 목숨이 넘어가면 시공을 통틀어 단 하나밖에 없는 생명은 끊어진다. 생명을 스스로 지키지 못하였을 때 개인과 나라의 비극이 불길처럼 번져간다.

1895년 10월 8일 아름다운 조선의 가을 새벽, '명성황후'를 제거하기 위한 일제의 작전명 '여우사냥'이 은밀하게 거행된다. 역사에는 ‘을미사변’으로 기록된다. 일본 공사 '미우라 고로'의 주동아래 일본군인, 외교관, 언론인, 거류민, 낭인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암살단이 경복궁 담을 넘는다. 쫒기든 명성황후는 결국 사냥꾼들의 칼날 아래 숨을 거두고 시신마저 불에 태워진다. 한 나라의 국모가 세상에 없을 오욕의 죽음을 당하였다. 스스로 나라를 지키는 안보와 민생을 지키는 치안이 무너져 감에 어이없는 죽음이 생겨난 것이다.

‘치안治安’ 이라는 말은 우리의 역사에서 이미 4,200여 년 전에 나타난다. 뛰어난 선인仙人이자 태자의 스승인 ‘유위자有爲子’가 제 11세 단군 도해(즉위 BC 1891년)께 바람직한 정책을 요청하는 글에 처음으로 언급된다.
“오직 우리 배달은 한웅천황의 신시개천으로부터 백성을 모아 온전한 사람이 되도록 계율을 세워서 가르쳐 교화하였으며, 위로는 역대 임금들의 명으로 천부경과 삼일신고를 기록하였고, 아래로는 백성들은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차고 다니는 풍습을 즐거이 본받았습니다. 백성들은 법을 범하지 않고 하나 같이 잘 다스려졌고, 들에는 도둑이 없어 절로 편안하였습니다. (民無犯而同治 野無盜而自安) 온 세상 사람들이 병이 없어 저절로 장수를 누리고, 흉년이 들지 않아 저절로 넉넉하며, 산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달맞이를 하며 춤을 추며, 아무리 먼 곳이라도 그 덕화가 미치니 않은 데가 없고 어떤 곳이든 흥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덕과 가르침이 만백성들에게 미치고 칭송의 소리가 사해에 넘쳤습니다. 그렇게 다스려 주시기를 청합니다.” 당시 우리의 동이족에게 치안이란 누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어떤 법에 얽매여서가 아니라, 국민들이 자신과 나라의 생명을 위하여 스스로 생산하고 보급하는 공동의 가치였다. 그리고는 산에 올라서는 노래하고 달을 보면서는 춤을 추고 장수하면서 넉넉하고 행복한 문화를 만들어 간 것이다. 이미 한류의 원형이 탄생되었다.

어차피 넘겨야할 단 하나뿐인 목숨을 과연 무엇과 맞바꾸어야 하는가?
많은 이들이 이 물음을 묻고 또 알게 모르게 답하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역사에는 자신의 목숨으로 국가의 안보와 백성의 안전을 철통같이 지킨 수많은 선열들이 있다. 그중에도 각자의 모습을 어김없이 거울처럼 비춰주는 조선선비 ’순신의 목숨'이 있다. 대한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숨 쉴 자격을 묻는 조선장군 ‘순신의 목숨'이 있다. 생명의 스러짐과 태어남과 지켜감이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된 사람들은 절로 장수를 누리고, 절로 넉넉하다. 그들은 산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달맞이를 하며 춤을 추니 아무리 먼 곳이라도 그 존재의 빛이 비추이고 어떤 곳이든 흥하지 않은 곳이 없을지니 곧 홍익인간의 목숨의 가치가 아니고 무엇이랴.
시월상달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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