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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주말엔여행] 시적인 분위기 물씬 풍기는 고흥 화도! 이번 여행 그곳으로 정했다!

김경희 기자 입력 2023.06.08 06:17 수정 2023.06.09 06:17

‘꽃섬’으로 불리는 하화도와 상화도
하화도의 숨겨진 보물, 꽃과 바다와 수목이 있는 둘레길
금빛대교인 거금대교와 소록도, 녹동항 마주 보는 섬

↑↑ 고흥 화도
유월이다. 주말이면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달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가족, 혹은 연인과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데, 마땅한 여행지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럴 때 전라남도 섬은 어떤가. 세계에서 4번째로 섬이 많은 우리나라. 약 3,400여 개의 섬이 있다. 그중 전라남도의 섬은 약 2천여 개로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중에 일명 꽃섬, ‘화도’가 있다. 인근 유명한 섬에 비해서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번 가보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섬이다. 고흥 녹동에서 불과 2.8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소록도와 거금도 사이에 있는 ‘화도’, 특히 하화도와 상화도로 불리는, 꽃봉오리 같은 두 개의 섬 가운데 아래에 있는 섬이 ‘하화도’. 그 섬엔 천혜의 보물인 둘레길이 있다.

아는 이도 많지 않고 찾는 이도 드문 하화도. 꽃섬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전까지 외로웠던 섬의 둘레길은 6km 남짓, 마을주민들이 심은 아름다운 꽃으로 단장되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 화도의 펜션
우리 일행이 하화도에 간 것은 폐교를 리모델링한 펜션에서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8시에 출발, 약 3시간 걸려 도착한 녹동항에서 맛있고 영양가 높기로 유명한 장어탕을 점심으로 먹고 오후 1시경 녹동여객터미널에 갔다. 녹동항에서 하화도까지 20여 분. 배가 점점 화도에 다가가자 이국적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을 지붕이 하나같이 붉은색이다. 상화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 섬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붉은색 지붕인, 얼마 전 다녀왔던 프라하에 온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꽤 그럴듯한 휴양지에 여행 온 느낌이랄까. 지붕의 통일된 색이 이렇게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 수 있다니.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겠구나. 2천 개의 섬에 있는 마을이 한 색깔로 통일한다면 어떤 분위기가 연출될까. 바다와 섬, 그리고 색. 시적인 분위기가 눈앞에 그려진다.

↑↑ 화도 지킴이 선준규 시인
화도엔 또 하나의 숨겨진 보물이 있다. 바로 시인이자 화도 발전소 소장인 선준규 시인. 화도에서 태어나 몇십 년간 화도에 근무하면서 섬을 지키고 있는 시인. 선 시인이 펜션에 온 것은 정자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그는 우리를 섬 자체가 갤러리인 연홍도에 데리고 갈 보트가 고장이 나서 수리하는 중이며 배의 선장과 선장 부인이 바로 친척이어서 이미 우리가 온 것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1997년 폐교된 녹동초등학교를 마을에서 매입하여 만든 펜션. 아주 운치가 있는 정자의 뒤로 들어선 2층 규모의 펜션은 겉으로 보기엔 2층이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복층이다. 9평형과 13평형 각 2개 실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다. 운동장엔 화단과 잔디가 깔려 있고 한군데 모여 있는 학교 시설물인 동상들, 이승복 군, 유관순, 책 읽는 소녀상과 사슴 동상은 예술가의 조각처럼 눈길을 끌었다.

또한 펜션 오른쪽에 방파제 가는 길 앞에 나 있는 해안길을 따라가면 뒷동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펜션 앞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 있는 화단은 운치를 만들어내고 정자는 정감을 일으키고 마치 지중해의 섬에 있는 것처럼 고여 있던 정적이 머뭇거렸다. 인적이 드문 섬의 고요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잠시 물러났다가 어느 사이 슬며시 옆에 있었다.

↑↑ 선준규 시인의 보트
이윽고 우리는 선준규 시인의 안내로 마을 한 바퀴를 둘러보고 바닷가로 난 둘레길을 걸었다. 잘 자란 수목과 마을주민들이 심어놓은 꽃과 바다와 오래전 김 양식의 흔적과 물속에 푹 잠겨 있다가 썰물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바위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했다. 선 시인은 평소에 물속에 있다가 썰물 때가 되면 수면 밖으로 드러나는 바위, 암초가 바로 여, 라고 말했고
그 단어는 오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꽃이 있고 바다가 있고 수목이 있고 시인이 있는 화도는 그야말로 시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어떤 사람인가. 주변에 시인도 있고 간간이 시도 읽고 한때 시를 쓴 적도 있지만 사람이 바로 시이고 섬이 시인 곳은 처음이었다. 시인이 살고 있는 화도, 즉 꽃섬의 이름도 시 그 자체다.     

 문득 화도라는 섬이 '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보이는 '여'.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어느 순간 떠오르는 것. 없어진 줄 알았는데,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 사람, 존재, 자연, 진실, 순수, 순정, 집, 고향, 경험 등등.

선준규 시인은 거금도에 살던 그의 부모님이 김 양식을 하겠다는 꿈을 안고 화도에 이주했고 화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나왔고 중, 고등학교 다닐 때는 배 시간 때문에 새벽에 집을 나가 별을 보면서 돌아왔고 이런저런 체험을 하다가 아이엠에프가 터지기 직전 화도 발전소에 근무하게 되고 이후 화도의 지킴이가 되어 마을 지키고 있었다.

↑↑ 화도의 숨겨진 보물 둘레길
섬의 둘레길을 걷고 펜션에 도착했을 때 바닷물아 완전히 빠져 두 개의 섬, 상화도와 하화도 사이에 약 500m의 바닷길이 열려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조개를 잡고 있는 게 보였다. 물이 빠지면 조개나 굴을 딴다고 하더니. 한때 김 양식과 멸치잡이 고대구리 어업으로 인근 섬의 부러워한 화도의 면면이 보였다.

바로 섬 앞엔 소록도와 녹동항이 보이고 거금대교가 보이고 뒤편엔 거금도가 있고 저 멀리 완도가 보인다. 특히 화도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작가들이 거금대교로 더욱 유명해진 거금도와 소록도를 여행 왔다가 화도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을 통해 알린다고 하더니. 해넘이를 보면서 우리 일행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꿋꿋하게 고향을 지키면서 시를 쓰고 있는 선준규 시인. 간간이 잊어버렸던 일들을 떠올리고 간간이 새로운 체험으로 꿈을 꾸면서 살고 있을 그의 삶이 화도, 즉 꽃섬처럼 시처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지난해 한 잡지를 통해 등단한 당선작에도 화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묻어 있다.

내 고향 화도

애달파 떠나지 못한
낡고 쇠잔해진 이들을 품어 안고는
떠난 이들 돌아올까
망부석이 되어 앉아 있다.

바다 건너 산이 평지가 되고
섬이 육지로 변신을 꾀하고자
기둥을 세워 허공에 사선을 그을 때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편지를 띄우듯 연락선을 띄워
세상의 손때 묻은 소식을 묻고

육지의 불빛들이 소란스러울 때도
그 옛날 초가지붕에서
외롭게 밤을 지키던 둥근 박처럼
어둠을 지키고 있다

선준규 시인의 시에는 섬의 애환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처럼 선 시인과 주민들의 노력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화도, 이번 주말의 여행지로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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