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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속에 나오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연인이다.
영국 요크셔 지방, 황량한 들판의 언덕 위에 외딴 저택 워더링 하이츠가 있다. 그곳의 주인 언쇼는 거센 폭풍이 몰아치는 어느 날 밤 고아소년 히스클리프를 데려온다. 언쇼의 아들 힌들리는 일방적으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히스클리프를 미워하지만, 딸 캐시는 마치 운명처럼 히스클리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언쇼가 죽은 후 힌들리의 학대가 시작되고 캐시가 근처 대저택의 아들인 에드가와 결혼하게 되자, 히스클리프는 말없이 워더링 하이츠를 떠난다. 몇 년 뒤 부자가 되어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찾고 운명의 끈을 놓지 못한 그들의 격정적인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자신을 학대한 인물에게 처절한 응징을 하고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히스클리프의 어두운 집념과 구둣발로 남자의 얼굴을 짓밟고 죽어가면서도 연인의 삶을 놓아주지 않는 캐서린의 불같은 열정은 한패가 되어 보는 이의 심장을 뒤흔든다.
서른 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유일한 소설인 <폭풍의 언덕>은 영국 요크셔 지방의 황량한 언덕 위해 세워진 저택(워더링 하이츠)을 배경으로 쓰여졌고 벌써 8번 영화화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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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은 세 번째 장편영화인 < 폭풍의 언덕 >에서 파격적으로 히스클리프 역에 흑인을 캐스팅하였다. 그동안 히스클리프 이미지를 대표하던 로렌스 올리비에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히스클리프의 출현이다. 히스클리프를 흑인으로 설정하면서 사랑의 장벽은 한층 높아졌으며 이들이 떨어질 나락의 심연도 깊어졌다.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그 누구보다 강렬한 캐릭터인 캐서린. 새의 깃털 한 가닥에서 생명의 숨결을 느끼는 섬세함과 연인의 상처를 혀로 치유하는 과감함을 동시에 지닌 그녀는 손에 쥘 수도 놓아버릴 수도 없는 존재다. 죽는 그 순간까지 캐서린은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화해나 구원을 원하지 않는다. 캐서린 역을 맡은 신예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주변 인물 모두를 몰락시키는 팜므파탈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했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폭풍의 언덕>보다 공간적 배경 묘사에 공을 들인 게 역력하게 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광막한 풍경은 격정적인 그들의 사랑에 깊은 색채를 입혔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공간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면서 생생한 이미지는 날 압도하며, 영화 속으로 몰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