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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화 속 산책> 가라앉지 않는 배, 오대양을 꿈꾸다!

김경희 기자 입력 2012.09.21 13:20 수정 2012.10.03 01:20

-영화 ‘드렁크보트’을 보고-

시카고국제영화제, 뉴햄프셔국제영화제 등의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드렁크보트'는 존 말코비치가 출연과 제작에 모두 참여해 시선을 모은 영화다. 여기에 골든 글러브 수상자인 존 굿맨과 에미상 수상자인 데이너 딜러니까지 의기투합해 호연을 펼친다.
영화는 시인이었던 알코올 중독자 모트와 배를 타고 오대양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조카 에이브가 서로를 이해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밥 마이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때 시인이었던 알코올 중독자 모트는 누이인 엘린이 사는 옛집으로 찾아간다. 모트가 반갑지 않은 엘린은 그를 들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 조카 에이브가 중재에 나선다. 모트는 앞으로 단 한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기로 맹세하고 불편한 한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에이브는 배를 타고 오대호를 지나 대양까지 항해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엄마가 그런 일을 허락할 턱이 없어 속으로 끙끙대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여행을 가고 그 틈을 타서 삼촌 몰래 삼촌의 보증을 담보로 배를 주문한다. 다음날 집으로 배달되어 온 보트를 본 모트는 조카가 벌인 일에 크게 당황한다. 그는 엘린의 허락 없이는 절대 배를 받을 수 없다고 에이브에게 잘라 말한다. 하지만 문제 덩어리 배를 팔아야만 하는 사기꾼은 술로 모트를 달래 결국 배를 팔아 넘긴다. 집에 돌아 온 엘린은 모트와 에이브가 준비한 저녁을 먹다가 뒷마당의 배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집을 떠난 큰 아들이 돌아온다.

역시 연기파 배우들이 만든 작품은 뭔가 달랐다. 제목이 <드렁크보트>이고 에이브가 오대양 항해를 꿈꾸고 있어서 나는 배가 바다로 나가나, 하고 은연 중 생각했다. 하지만 배는 움직이지 않는 배였다. 그런 만큼 물에 가라앉을 염려도 없다. 가라앉지 않는 배! 그건 뭘 의미하는 것일까.
술병을 정원에 파묻는 모트와 틈이 날 때마다 지도를 보며 오대양의 항해에 대해 얘기하는 에이브, 입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지만 집 나간 큰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의 애잔한 마음, 특히 구멍이 숭숭 뚫린 배를 사는 에이브. 가슴 뭉클해지는 장면이 많았다. 에이브는 왜 배를 사고 싶어하는가. 그 배로 바다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내내 속으로 생각했다. 가족이란 뭘까,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다. /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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