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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영화 속 산책>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09.14 20:35 수정 2012.10.04 08:35

'디채치먼트'을 보고

영화 포스트 그림이 우울해 보여서 한가할 때 보자고 미루었던 영화였다. 보면서 왜 일찍 보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를 할 정도로 몰입되었다. 실력이 좋고 유능한 교사인 헨리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과거를 잊지 못해 이 학교 저 학교 옮겨다니면서 교사 노릇을 하고 있다. 교단에 서지만 공공연하게 나서는 일을 싫어하는 그에게 기간제 교사는 딱 맞았다. 영화는 이런 배타적인 성격을 가진 헨리가 문제가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로 부임하면서 시작된다.
영화 ‘디태치먼트’, 즉 etachment의 뜻은 *무심함, 거리를 둠 *객관성 공평성이다. 이 영화에서는 3명의 여자가 나온다. 동료 교사와 왕따를 당하고 있는 학생, 가출한 청소년. 주인공인 헨리는 그들을 만나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점차 변하게 된다.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사람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극도로 개인적인 삶을 살고 있는 헨리는 반복적으로 어린 시절의 상처를 떠올린다. 그에게 유년 시절의 기억은 별로 없다. 그는 과거에 묻혀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기억 속에서 유년기의 기억을 찾으려고 한다. 할아버지가 쓴 글을 보고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재창조한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고 한다.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상처는 무엇일까. 영화를 보면서 내내 생각해 보았다. 이 세상에 상처를 받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돌이켜 보면 유년기의 상처가 내 인생의 전반부를 지배해 온 것 같다.
영화 속의 헨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헨리뿐만 아니라 여교사도 그렇고 가출 여자애도 그렇고 왕따 여학생도 그렇다. 상처는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집어 삼키고 있었다.
중간중간 들려오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영화를 더욱더 웅숭깊게 만들었다. 미국 교육 현장은 현실적으로 우리와 상관없는 딴나라 얘기가 아니었다. 요즘 주변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유사했다. 십대 청소년의 성매매, 왕따 학생의 죽음, 교사의 방관 등. 그리고 영화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비단 그것만은 아니었다. 상처받고 입은 그래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눈길을 끄는 장면도 몇 개 있었다. 바로 교사들의 답답한 마음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방식이다.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 소리는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모습으로 표현하였고 받고 싶지 않은 전화를 받는 교사의 감정표현은 전화줄에 목이 걸리는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교사들의 마음을 재치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또한 헨리의 과거회상 장면도 밝은 필름을 재생한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떠올리기 싶지 않은 과거의 회상 장면을 잘 살려주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여자애가 교사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죽는 장면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무엇이 여자애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는가. 여자애는 왜 죽음을 결심했을까. 여자애의 상처를 위로하고 보듬어 주었으면 죽지 않았을까.
아무튼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외면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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