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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엇이 우리의 판단을 지배하는가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08.27 13:46 수정 2012.10.03 01:46

-‘생각의 함정’/자카리 쇼어-

생각!!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늘 뭔가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생각에 그렇게 많은 함정이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결정을 앞두고 흔히 빠지게 되는 7가지 인지함정의 심리적 실체를 유형별로 분석하고, 사고의 전개 과정과 문제해결 방식을 역사적 사건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즉 인간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주관적 판단이 미치는 영향력을 다양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고찰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7가지 인지함정으로 노출 불안, 원인 혼란, 평면적 관점, 만병통치주의, 정보집착, 거울이미지, 정태적 집착 등을 들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지 함정’은 무엇일까. 인지 함정은 그릇된 추론에서 비롯된 유연하지 못한 사고방식을 말하며, 경직된 사고 아래서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발생한다. 즉 개인이 가진 기존의 생각과 선입견만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하려는 방식이다. 이 그릇된 사고방식에는 상당 부분 정서적 요인들이 작용한다.
토마스 에디슨의 경우를 보자. 그는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문명의 발전을 더디게 만든 장본인이다? 잘 알다시피 에디슨은 전기와 축음기를 만든 천재적 발명가이다. 에디슨은 그가 만든 직류방식의 전력 시스템을 이용했지만 시대는 그것만으로는 필요한 전력을 모두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었다. 그의 제자였던 니콜라 테슬라는 직류가 아닌 교류방식의 방법을 에디슨에게 제안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직류 전기를 고안함으로써 명성을 쌓은 에디슨에게 직류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 리가 없었다. 에디슨에게 철저히 거부당한 테슬라는 교류 전기를 더욱 발전시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산업용 제품에도 사용되는 표준 전류가 되기에 이르렀다. 에디슨은 그의 천재적인 두뇌에도 불구하고 인지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처럼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인해 성공을 가로막는 것이 바로 인지함정이다. 교류에 대한 에디슨의 저항은 그의 인생에서 최대의 실책으로 남았다.

이처럼 역사학자답게 저자는 역사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식민통치 진압 논쟁에서 시작하여 베트남 전쟁, 정신분열증의 요인 연구,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IMF의 긴축재정정책, 루이 거스너의 IBM 혁신 등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우리가 흔히 빠지게 되는 인지함정의 심리적 실체를 파헤친다. 또한 주관적 판단의 유형과 사고의 전개 과정, 이에 따른 문제 해결 방식을 과거의 역사와 현대의 역사 양 측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가 커다란 실책을 저지르는 핵심 원인은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는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능지수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이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세계 최고의 정치가와 정책분석가, 첩보 전문가, 학자들을 휘하에 둔 미국이 이라크를 그처럼 잘못 파악할 수 있었는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엘리트들을 고용하여 문제 해결을 하는데도 왜 그토록 끔찍한 판단을 내리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실책들이 우리의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라 경직된 사고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상대가 자신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가정하게 되는 인지함정의 일종인 거울 이미지는 내 자신을 반성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나는 스스로에게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사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지각하는 방식이 남들이 그것을 지각하는 방식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기란 본능적으로 어렵다. 이때 감정이입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예민하게 감지해야 한다. 따라서 감정이입은 이방인의 상황이 자신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상상을 통해 예측하게도 해준다. 즉 상대의 사고방식과 관점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게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했다. /김서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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