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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럽 인문학여행23] 바이로이트에서 바그너에 흠뻑 젖어, 바그너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11.09 05:37 수정 2024.11.09 05:37

김서련 소설가

바그너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독일 바바리아 지역의 작은 도시 바이로이트.

우리는 바로크 시대의 빌헬미나 변경백 극장을 보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거리 곳곳에 놓여 있는 바그너의 동상이 표지판 역할을 한다. 동상이 붉은색이라 건물과 건물 사이, 혹은 모서리에 있어도 눈에 잘 띈다. 


1260년 호엔출레른 가문의 프랑켄게에게 상속되어 호엔출레른 가문의 지배를 받았고 이후 클름바흐-바이로이트 수도 변경백 수도가 된 바이로이트. 1870년 제자 한스 리히터가 추천한 이곳을 방문한 리하르트 바그너는 과거 프리드리히 3세가 쓰던 하우스를 보고 자신만의 오페라 하우스를 건립하고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초연한다. 유럽 각지에서 각국의 국왕과 귀족들, 명사들, 니체와 차이코프스키도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바이로이트를 찾고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기원이 된다.

아무튼 이곳을 처음 방문한 후 17년 동안 손님들을 위한 내부관람은 이번까지 겨우 세 번째이다. 어떤 때는 휴일이라, 여름에는 축제 준비로 문을 안 열어서, 라는 이기영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들린 오스카 술집, 7시 예정이던 저녁을 1시간 앞당겨 들어간 술집은 꽤 넓고 삼삼오오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꽤 널찍한 자리를 차지한 일행은 화기애애, 소시지와 커다란 통감자 요리, 샐러드, 여러 가지 소스를 얹어서 먹는 빵 등으로 맥주를 마신다. 숙소가 아닌 밖에서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 것은 처음이다. 빵은 정말 맛있고 감자 요리는 우리나라의 떡 질감과 비슷하다. 그간 20여 일, 단체 일정 이외에 각자 놀다가 공용 주방에서 마주치기도 하고 가끔 커피도 마시고 술도 마신 일행들, 아직 잘 모르지만 한 명 한 명 특색이 조금씩 드러난다. 좀 더 자리에 있고 싶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직원은 몇 번이나 와서 빈 접시를 치운다. 


이 나라의 특징은 손님이 음식을 다 먹으면 바로 와서 그릇을 치우는 것. 커피숍도 마찬가지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쉬고 있는데, 어디에선가 지켜보고 있었는지 직원이 와서 빈 잔을 잽싸게 치워버린다. 할 수 없이 일어나야 했고 그 이후 될 수 있으면 술이든 커피든 조금 남겨 놓고 얘기한다.
오래간만에 가진 술자리, 간단히 한두 잔하고 내일 일정을 위해 일어난다. 그리고 부산팀 3인은 숙소 근처 카페에서 맥주와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 마무리.

도시 곳곳에 있는 바그너 동상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드디어 숲속에 둘러싸인 축제극장에 도착한다. 오페라를 보기 위해서는 전문 클럽이나 그룹에 가입해야 하고 1년 전에 표를 사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바이로이트 순례를 경건하게 생각하는 음악애호가들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아마도 그들은 티켓 한 장을 위해서 10년도 기꺼이 기다릴 거라는 축제극장은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고 소박해 보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콜론극장에서 어쩌다가 운 좋게 보게 된 베르디의 ‘리콜레트’를 떠올리면서 화려한 오페라하우스를 상상했던가 그러나 이 생각은 이내 바뀐다.


 안내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내부를 둘러보는데, 오로지 오페라만을 위해 이 극장을 설계했던 바그너의 마음이 전해지면서 가벼운 흥분이 일어나면서 호기심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오로지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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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바그너의 생각으로 극장에는 에어컨도 없고 난간이나 오페라 상자도 없고 오케스트라는 무대 아래 숨겨져 있다. 서곡이 시작되면 무대 아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이 들려온다. 거의 2000석인데도 소리가 명확하게 들린다는 말에 진한 감동이 밀려온다. 계단식으로 된 좌석에서는 무대 전체를 보인다.


니체의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하였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바그너와 코지마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친숙하게 느껴졌던 바그너의 세계를 한 발짝 발을 내밀고 들여다본 느낌이다. 오늘 바그너에게 흠뻑 젖어 들자. 다음 장소인 반프리트 하우스로 이동하면서 내내 바그너 생각한다.

#<니벨룽의 반지> 저주받은 반지가 저주에서 풀려나기까지의 여정과 그 반지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 고대 노르웨이의 아이슬란드의 전설집인 사가 및 중세 독일의 영웅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에 기초하여 대폭 창작, 라인의 황궁, 발퀴레, 지크프리트, 신들의 황혼 등 4부로 구성된다.

#빌헤미나의 변경백 극장- 변경백은 시골백작이란 뜻으로 프랑크 왕국과 신성로마제국에서 군사요충지인 변경에 설치한 관직이다. 대공과 백작의 중간 위치에 해당하는 봉건제후로서 그 지역에 막강한 권력을 휘두름.
-카스트라토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파리넬리’의 로케장소로 알려짐.

#반프리트 하우스-반프리트는 독일어로 ‘망상’wahn, ‘평화’를 뜻하는 frieden이 합쳐진 것. 바그너가 직접 지은 것으로 “망상 속 평화”를 의미. 1874년 건축. 건물 정면의 흉상의 주인공인 루트비히 2세는 바이로이트 극장 후원과 저택 건축 공사비 전액 부담.
(202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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