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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남승흥 작가의 디카시 한 스푼

남승흥 작가의 디카시 한 스푼(10)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5.08.25 11:07 수정 2025.08.25 11:07

화려한 식탁/ 박완호

ⓒ 웅상뉴스(웅상신문)
디카 시(詩)는 사진 기호가 먼저 주어지고 거기에 문자 기호를 결합한다. 문자 기호는 사진 기호와의 관계를 맺으며 움직여야 하는 운명이기에 사진 기호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다. 그러므로 사진 기호는 문자 기호가 심하게 주관성으로 움직이는 것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박완호는 1행에서 사진의 객관성(당신 차려준)을 살짝 유지하면서도 문자 기호(치욕 한 상)를 통해 주관성의 바다로 흘러가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비둘기의 “화려한 식탁”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치욕 한 상”으로 보이지 않는 상처를 건드려서 삶이 얼마나 많은 아픔과 비참함을 감추고 있는지 보여준다. 오직 먹기 위해서 염치도 외면하고 자존심 따윈 내팽겨친 지 오래된 존재처럼 서러운 일이 있을까. 먹을 것을 구하는 일처럼 치열한 전쟁은 없다. 거기에 무슨 체면과 부끄러움이 있을 수 있겠나. 먹고 산다는 것은 모든 이유를 넘어서는 본능이므로 설사 그것이 치욕일지라도 허기진 배는 그것을 “참 달게도 먹는다.” 여기에 삶의 애수가 있고, 끔찍한 현실이 있다. 시인은 삶에 대한 본능의 폐부를 아프게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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