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법기리, 조선 사발의 뿌리를 찾아
신한균 사기장, 법기리 도요지 복원 여정
조선 사발의 뿌리, 양산 법기리에서 시작
강진·부안엔 있고, 양산엔 없는 것—박물관의 부재
흙과 기억을 잇는 손, 신한균 사기장의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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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양산시 동면 법기리. 이 마을은 단지 고요한 농촌이 아니다. 조선시대 중기에 활발히 운영되었던 백자 가마터, 즉 ‘법기리 도요지’(사적 제100호)가 자리한 역사적 유산의 중심지다.
지금 그 유적, 전통 가마 ‘법기도요’의 역사적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가마터의 복원 및 활용을 위한 학술 및 문화활동을 활발히 펼치는 사기장이 있다. 바로 평산마을에서 40여 년 동안 도자기를 굽고 있는 이는 신한균 사기장, 고(故) 신정희 사기장의 장남인 그는 현재 NPO법기도요 이사장으로서, 법기리 도자문화의 부흥을 위해 묵묵히 힘을 쏟고 있다.
고려, 분청, 그리고 백자 — 한국 도자의 3대 유산
우리나라에는 고려, 분청, 그리고 백자 등 전통 도자문화의 세 축으로 불리는 3대 도요지가 있다. 전라남도 강진 고려청자 요지, 전라북도 부안 분청사기 요지, 그리고 경상남도 양산 법기리 도요지다.
강진(사적 제68호)은 고려청자의 발상지로, ‘비색청자’라는 예술적 정점에 오른 작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됐다. 현재 강진에는 고려청자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지역 축제와 연계한 다양한 도자문화 콘텐츠가 운영 중이다.
부안(사적 제69·70호)은 분청사기의 중심지로,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도자 양식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청자·분청사기 박물관이 설립되어 문화·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양산 법기리 도요지는 이와 달리 박물관도, 체험관도 없다.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발굴이나 복원 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시피 한 상황이다.
신한균 사기장은 법기리 도요지의 문화적 가치를 국내는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도 재조명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 있는 조선 사발 중 70%는 양산에서 건너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 다도계에서 ‘이라보다완(伊羅保茶碗)’이라 불리며 명품 사발로 평가받는 사발 다수가 조선 중기 법기리 가마에서 만들어진 ‘양산 사발’이다. 이 사발들은 형태가 단정하지 않고 유약 흐름이 거칠지만, 오히려 그러한 자연스러움이 ‘비움의 미학’으로 여겨져 귀하게 다뤄진다.
특히 그는 이 사발들을 ‘양산 이중유 사발’, ‘약토 사발’, ‘아리랑 굽 사발’ 등으로 분류하며, 조선 도자의 미학과 일본 다도의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설명한다. 각각의 사발은 유약의 흐름, 굽 형태, 흙의 질감에서 차이를 보이며, 이는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 당시 조선 사기장의 미감과 기술, 그리고 정신성을 담은 문화적 결과물이다.
신 사기장이 운영하는 ‘법기도요’는 단지 도자기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문화재 보존, 정신문화 계승, 한·일 도자 교류사 복원의 전초기지다. 그의 목표는 법기리 도요지를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박물관 건립, 사금파리 복원 전시관, 도자체험 공간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강진과 부안처럼 양산도 우리 도자의 중심지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단지 예산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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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최근 일본 노무라문화재단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법기리 요지가 일본에서 국보로 지정된 사발들의 생산지였음을 고증할 수 있는 기초 자료들을 확보해가고 있다.
신 사기장은 “흙은 사람의 손길을 기억합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빚었는지를 간직하고 있지요. 지금 우리가 이 가마의 불씨를 지키지 않으면, 언젠가 아무도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산 법기리 도요지는 단지 옛 유물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지역이 품어야 할 소중한 문화 자산입니다. 가마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이 전통을 함께 지켜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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