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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통도사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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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날이자 5월 5일 어린이날, 양산 통도사는 연등 물결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어린이날과 겹치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대거 찾았고, 통도사는 이를 맞아 특별한 전통문화 프로그램과 전시를 준비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닥종이 인형 전시였다. 한지로 만든 아기 부처와 동자승 인형이 대웅전 앞마당과 경내를 따뜻하게 수놓았다. 이 전시회는 통도사가 전통 불교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참배객과 관람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구성되었다.
통도사는 어린이날과 초파일이 겹치는 일정에 맞춰, 전통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닥종이 인형 전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전통 불교와 한지 문화가 만나는 접점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지 인형이라는 독특한 매체를 통해 불교의 세계관과 한국 전통공예의 미감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종정 예하 성파 스님은 한지 보존과 활용에 깊은 열정을 갖고 있다. 실제로 통도사 서운암에서는 닥나무를 재배하고 직접 한지를 뜨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는 전통을 단순히 전승하는 차원을 넘어 창작과 수행의 일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성파 스님은 “한지를 통해 100~200년 후의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며, “그림 예술은 시대를 뛰어넘는 공통 언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창단된 통도사 어린이 합창단의 첫 공식 공연도 이날 법요식에서 펼쳐졌다. 어린이 포교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주지 스님의 주도로 만들어진 합창단은 법요식 참석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전통 연등 만들기 체험, 손사탕 나눔, 사찰음식 시식 외에도 '콩 버거'가 인기였다. 고기 대신 콩으로 만든 패티를 넣은 이 버거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었으며,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불교 정신을 담았다.
통도사는 “한지를 비롯해 잊히는 전통문화가 부처님 오신날을 통해 다시 살아나기를 바란다”라며 “이날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전통과 불교를 친숙하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올해 통도사의 부처님 오신날은 연등 아래 울려 퍼진 합창, 한지 인형 속에 담긴 장인의 손길, 그리고 ‘콩 버거’ 한입에 담긴 자비의 정신 등 단순한 의례를 넘어,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고 체험하는 살아 있는 문화축제였다.
특히 통도사의 정성 어린 기획이 빛났다.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날이 겹치는 특별한 해를 맞아, 통도사는 아이들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와 체험, 공연 프로그램을 다채롭게 구성했다. 닥종이 인형 전시부터 연등 만들기, 환경 먹거리 체험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자비’를 일상 속으로 끌어낸 감동의 현장이었다.
통도사는 전통 불교문화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한지와 연등, 그리고 소리와 음식까지도 수행과 나눔의 매개로 엮어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렇게, 인형 속 손길과 합창 속 울림, 그리고 연등의 빛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