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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럽 인문학여행18] 여행, 앱으로 판도가 바뀌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11.02 06:16 수정 2024.11.02 06:16

김서련 소설가

ⓒ 웅상뉴스(웅상신문)
데친에서 소여행을 하면서 Booking.com, Omio, Rail planner 등의 앱을 깔았다. 북킹은 숙소예약, 오미오는 기차예약, 레일플래너는 유레일 사용하기 위해서다.

잘츠부르크 숙소 1층 로비에서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먼저 방으로 올라간 한 작가가 기차표 예약 때문에 그러니 빨리 올라오라고 전화를 한다. 그리하여 테이블에 물건은 그대로 두고 올라가니 웬 20대 후반 남자애가 방에서 얼쩡거린다.

샘, 슬리퍼 주인이 바로 이 학생이에요.
어, 그래?
피아노를 전공한다는 남자애는 45일 일정으로 혼자 여행을 하는 중이고 여러 나라를 돌면서 사용한 유레일 패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떻게 된 사연인가 하면 잘츠에서 1박만 하고 빈으로 갈 거라 숙박비도 저렴하고 바가 있는 유스호스텔을 예약하면서 혼성, 남자, 여성 등의 설명이 없는 4인 침대 방이 여성전용인가 나름 생각하면서 예약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20대 중반쯤 보이는 인도 남자애, 아직 27세가 되지 않아서 유레일 할인을 받는 음악 청년과 함께 졸지에 한 방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샘, 당황한 한 작가가 내 얼굴을 보면서 울상을 짓지만 뭐 어떻게 하라고. 이제 와서 방을 바꿀 수도 없고. 잠만 자고 아침 일찍 나갈 건데. 젊은 친구들한테 우리가 미안하네. 어쩌고. 그랬는데, 한국인 음악도는 아주 자세히, 친절하게 한 작가와 내게 유레일 앱도 깔아주고 사용하는 법, 할인 중인 저렴한 유레일 패스를 구입해준다. 몇 번 오가면 본전을 뽑는 유레일 패스.

정말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친구들도 사귀고요.
음악도는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느냐는 말에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다니기도 해서 괜찮다면서 우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여주고 팔로워, 친구가 되어서 서로의 계정에 올린 사진들을 보면서 와, 이런데도 갔네요, 하고 감탄한다.
딱 거기까지다.
인도 청년과 음악도를 위해 1층으로 내려와 시간을 보내다가 피곤하다면서 올라가는 한 작가에게 나는 언제 올라갈지 모르겠다고 어쩌면 방에 안 가고 여기서 노숙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지금 나는 요호유스호스텔의 1층, 바와 연결된 휴게실에 앉아서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그동안 사용한 경비 계산도 하고 음악에 발을 맞추기도 하고 간간이 사람들의 면면을 살핀다. 혼자, 혹은 둘이, 여럿이, 가족끼리 온 여행객들.


모차르트 생가와 미라벨 정원과 볼프강에 가로 놓인, 연인들의 자물쇠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마가르트 다리를 지나 마트에서 김밥과 샐러드, 감자요리, 과일, 맥주를 사 들고 와서는 모처럼 푸짐하게 먹었다. 썰렁하던 바는 7시가 되자 불이 들어오고 노래를 틀어준다. 커다란 배낭을 들고 온 여자애 2명은 소파에 앉아서 한참 수다를 떨다가 어느 순간 가버리고 한쪽 구석에서 노트북을 하던 여자애도 가버리고 바에 가득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지만 아직 반 이상은 앉아 있다.

카운터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는 각각 다른 공간이 있다. 반대편 공간에는 방이 2개이고 한 곳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한쪽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를 상영 중이다. 부언하자면 이 유스호스텔의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지금 밤 11시 54분, 잘 시간이 벌써 지났지만, 오늘은 잠이 눈덩이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 때 방으로 올라갈 참이다.
(2023년 4월 14일)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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