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눈이다. 잘츠부르크로 가는 길, 10시 출발, 50분쯤 지나자 창밖에서 눈발이 날린다. 눈송이도 제법 큼직한 것이, 빗물에 젖은 철로 변에 떨어진 걸 봐서 비와 같이 내리나. 아무튼, 어제 체스키크룸로프에서 일행과 헤어져 린츠로 오기까지 이런저런 일로 정신없이 바빴는데, 그 모든 일이 해결되고 호젓하게 기차 안에서 시간 보내니…. 슬슬 여행 기분에 젖어 든다.
체코 데친을 떠나 4박 5일 (린츠에서 1박, 잘츠부르크에서 1박, 빈에서 2박) 어제저녁 린츠에 도착해서 잘츠부르크와 빈 숙소를 예약하고 더 싸게 기차표를 예약하기 위해 이리저리 검색하느라 저녁도 건너뛰고 잠시 자고 일어나서 새벽 3시 30분 일어나서 예약하려고 보니 기차표가 30유로가 넘는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이를 어쩌나. 어제 해 놓고 자는 건데 후회한다. 숙소 예약할 때 더 시간이 늦기 전에 데친에 있는 이기영 대표한테 부탁해서 예약하자는 의견을 냈는데, 자꾸만 부탁하는 것도 그렇고 자꾸 해봐야 늘지,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부탁하자고 한 것이 마음에 걸리고 1층 식당에 내려가서 버스를 검색하니 오늘 차가 없다고 뜨고 카풀 예약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대한민국은 전화인증이 안 된다나. 오스트리아 국영철도인 OBB에 회원가입도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다가 아침 6시가 좀 넘어서 숙소에서 몇 분 거리의 OBB역으로 향한다. 현장도 32유로가 넘는다. 내일 티켓도 마찬가지.
뭐 할 수 없네. 일찍 티켓 예매하지 않은 것이 잘못, 조금 비싸도 가자! 그래요. 한 작가가 순순히 대답한다. 뭐라고 투덜거리지 않아서 다행이고 안심이 된다. 숙소에 와서 사이트 검색하니, 이런 2인 38유로가 뜬다. 그리하여 잽싸게 끊고 보니 2시간 30분 걸린다. 뭐 어때요. 어차피 노는 건데. 우리는 2인 60유로 주는 것보다 낫다면서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고 린츠역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한껏 여유를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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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래저래 운이 좋다. 어제 체스키크룸로프에 도착하자마자 일행과 헤어져 점심을 먹고 그 식당에 가방을 맡겨두고 버스터미널에 승차권을 사러 가면서 에곤실레 미술관에 들른 것도 탁월한 선택이고 버스터미널에 승차권 발권하는 데가 없어서 이기영 대표한테 연락, 승차권 예매한 것도 잘했다. 행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린츠역에서 순조롭게 숙소를 찾아갔으나, 하필이면 무인 숙소! 예약할 때 무인 숙소가 있다는 걸 어찌 알았겠는가.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들어가는 외국 청년을 따라 일단 호텔 안으로 들어가서 식당에서 몸을 녹인다. 안 되면 여기 의자를 몇 개 모아서 자면 되겠네. 어쩌네 하면서 잠깐 숨을 돌리면서 이기영 대표와 통화하고 있는데, 외국인 노부부가 들어온다. 얼른 전화를 끊고 노부부에게 전후 사정을 말하자 숙소 주인에게 전화하더니 열쇠를 찾아준다.
그렇게 전화를 해도 안 받더니 노부부의 전화는 금방 받는 숙소 주인. 외국에서 전화하는 방법이 있구나! 생각…. 그건 나중에 알아보자. 와 그런데, 날씨가 역마다 바뀐다. 눈 대신 비가 오더니, 이제는 눈이 펄펄… 들판에도 수북하게 쌓여 있다. 푸른 초원과 하얀 건물에 붉은색 검회색 지붕의 단아한 집들, 나뭇가지에 돋아나고 있는 연둣빛 잎사귀에 눈이 쌓여 있다. 어제저녁부터 오늘 아침까지 크고 작은 일들이 바로 이 순간 바람처럼 사라진다. 드디어 잘츠부르크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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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슈타트만 염두에 두었지 아직 어디로 갈 것인지 무엇을 볼 것인지 정하지 않은 여행. 우리는 일단 숙소에 짐을 맡겨두고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의논하기로 정한다. 처음으로 표도 숙소도 직접 끊은 배낭여행이다. 무작정 시도한 4박 5일 여행, 행운의 여신이 친절한 미소로 인도하는구나. (2023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