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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럽 인문학여행10] 루마니아 몰도바의 MIMI 와인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10.02 08:57 수정 2024.10.02 08:57

김서련 소설가

카스텔 미미

에게르와 루마니아 등 여행루트 답사를 마치고 무사히 귀가한 이기영 대표가 가져온 루마니아 몰도바의 castel MIMI 와인과 체코의 전통 음식인 꼴레뇨.

와인은 부드럽고 돼지 정강이로 만든 꼴레뇨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체코에 오면 맥주를 주로 마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케이하우스 공용주방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이기영 대표가 수시로 꺼낸 놓은 것은 다양한 와인이다. 덕분에 서서히 와인의 맛에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MIMI. 이름도 이쁜 미미, 어쩌고 하니
중국에선 비밀이란 뜻이에요.

옆방 ㅅㅇ가 말한다. 그 말에 한참 비밀에 대해 생각한다. 새삼 비밀이란 단어가 매력적이고 신비스럽다는 생각을 하면서 와인을 홀짝거린다. 술기운이 오르고 영상실기제작 중간고사인 과제 걱정에 방으로 올라온 나는 한숨 눈을 붙인 뒤 과제를 마저 끝낸다.

꼴레뇨: 돼지의 발목 부위로 만드는 체코의 대표음식

회화반이니 콘티 기대가 되네요.

콘티에 대해 설명하면서 은근히 기대를 드러내던 교수님, 그 기대의 삼 분의 일도 못 미치는 콘티를 만들어 제출하기 전, 침대에 누워서 쉬는데 갑자기 귀신 비슷한 환영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루마니아, 비밀이란 말을 들은 탓인가. 뭔가 비밀로 가득 찬 듯한 루마니아, 오래된 성에 살고 있는 창백한 피부의 흡혈귀 등을 떠올리다가 흠칫 몸을 움츠리고 이불을 뒤집어쓴다.

프라하 공항에 내린 뒤 창밖에 펼쳐지던, 낮게 내려온 검회색 구름과 드넓게 펼쳐진 들판에 깔려 있던 스산한 빛. 그랬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음울하고 음산했고 한 며칠 우울한 기분에 시달렸다. 그러고 보니 밝고 환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는 거리가 먼 풍경이다. 아직 적응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나.

어쨌든 과제를 제출하고 ‘몰도바’를 검색해본다.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에 낀 나라인 몰도바는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매우 유명, 와인너리 '밀레스티 미치'의 총 길이 250km의 갱도 내에는 수없이 많은 와인이 저장되어 있고 세계에서 가장 넓은 와인 저장고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예로부터 유럽의 왕후 귀족들에게 애음되었고 지금도 영국 왕실 어용들의 와인이다.

카스텔 미미도 검색해본다.
카스텔 미미는 몰도바에 있는 세 개의 샤또(Chateau) 식 와이너리 중 하나로, 화려하고 웅장한 연회장, 셀라, 수영장, 게스트하우스, 역사적인 와인 저장 시설로 이미 몰도바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공식 행사기관으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건축적 매력을 가진 와이너리 15개 중 하나로 인정받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가 마신 미미 와인이 몰도바의 대표적인 와인너리에서 제조한 와인이었다.

아, 그래서….
이기영 대표가 왜 그렇게 고생을 해 가면서 몰도바까지 갔는지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아무튼 아직 독일과 체코 국경 지대에 있는 데친을 돌아보지 못했다. 데친 주변을 둘러보는 것에 집중하는 몇몇 일행, 그것이 체코 한 달 살기에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의 방법이 다르듯 여행도 마찬가지. 모든 게 선택의 문제라고 하지만 여태 살아온 방법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었다. 이번 여행도 그러할 듯.

새벽 3시 30분. 꼬박 밤을 새울 줄 알고 초저녁부터 잠을 잤더니, 잠은 오지 않고 이 밤을 어떻게 새우나. 카톡 알림음이 연신 울린다.

꼴레뇨: 돼지의 발목 부위로 만드는 체코의 대표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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