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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유럽 인문학여행6] 헝가리 에게르 레드 와인-‘황소의 피’ 비꺼비르, 3종 블렌딩해 생산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4.09.16 11:09 수정 2024.09.16 11:09

김서련 소설가

ⓒ 웅상뉴스(웅상신문)
헝가리 북부에 위치한 헤베시 주 에게르시에 도착한 우리는 에게르역에서 택시를 타고 아름다운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 가득한 구도시를 한바퀴 돌고 난 뒤 에게르 와이너리 마을에 도착한다.
 
이 집은 와인에 음악 이름을 붙였는데, 유명해요.
 
이기영 대표는 약간 들뜬 얼굴로 설명하고 문 닫힌 집의 대문을 두드린다.
와인에 음악 이름을 붙인다? 와인의 맛이 그 음악의 묘미를 드러내는가. 일정 때문에 부다페스트에 함께 온 이기영 대표가 안내한 곳은 구릉들이 많아서 포도나무를 많이 재배하고 붉은 포도주의 대표적인 생산지가 된 에게르시로, 비꺼비르 레드 와인 (Vekaver)으로, 영어로 ‘불스 블러드(Bull’s Bood of Eger, 에게르의 황소 피)’라고 불리는 레드 와인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황소의 피라니. 왜 황소의 피인가. 알고 보니 이 이름은 오스만튀르크 제국과의 항쟁사와 연관이 있다.
1526년 모하치 전투에서 승리한 튀르크 군은 1541년 헝가리 수도였던 부다페스트를 점령하고, 1552년 또다시 그곳에서 동쪽으로 140km 떨어진 에게르성(城)을 침공했다. 8만 명이나 되는 튀르크 군에 대항하는 에게르 병사 수는 고작 2000명.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
 
성주인 도보 이슈트반은 마을 창고를 열어 병사들에게 좋은 음식과 와인을 내줬고 병사들의 수염과 옷은 와인으로 붉게 물들었다. 마음껏 와인을 마신 병사들은 튀르크 군의 공격을 막아냈고 이후 그들이 황소의 피를 마시고 전투에 임했다는 이야기 나돌았다. 이에 겁을 먹은 튀르크 군은 38일 만에 에게르시를 포기한 채 물러났다는 게 ‘황소의 피’ 이야기다. 마을의 한복판, 옛 요새 자리 곁에 있는 거대한 분수대의 청동상에는 그때 튀르크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내용이 조각되어 있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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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어준 와이너리 내부는 깨끗하고 잘 정돈이 되어 있다. 여행지에서 와이너리 투어를 더러 하지만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감각적인 와이너리는 처음이다. 나는 부다베스트에 머물면서 마실 와인 ‘재즈’를 산다.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
 
한국에선 와인보다 소주를 주로 마시던 나다. 그런데 며칠 동안 마신 다양한 와인의 맛에 길들여졌다. ‘재즈’의 맛이 어떨까 궁금한 마음이 벌떼처럼 일어난다.
 
사실 아침 7시 40분 에게르행 기차를 타고 올 때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푸른 들판이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까지 온통 푸른색인 풍경을 보는데도 기분이 울적했다.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로 오는 기차에서의 기분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할까. 쭉 뻗은 들길과 일렬로 난 나무, 들판 가운데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풍경을 렌즈에 담으면서 저 푸른색이 풀일까 농작물일까. 조팝나무인지 군데군데 무더기로 핀 하얀 꽃을 보면서 한적하고 소박한 소도시로 가는구나 막연히 생각했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횡재인가.
에게르에서 동유럽 최상급 와인을 만나다니.
 
헝가리는 1000년 이상 와인을 생산해 온 역사와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높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헝가리 중부와 동부는 대표적인 포도 산지로, 그중에서도 토카이와 에게르 지역이 가장 유명하다. 황금빛을 띤 화이트 와인으로 유명한 토카이 지역은 16세기부터 생산되었고 1700년대 세계최초 토카이 생산을 위한 포도밭에 등급을 부여했다. 그것은 품질을 기준으로 하는 최초의 와인분류체계가 된다.
 
프랑스 루이 14세는 토가이를 ‘왕들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말했고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뜨와네트, 독일의 시인 괴테 등 여러 나라의 왕후나 문인, 음악가가 이 와인을 사랑했다. 토카이는 프랑스의 소테른 와인,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스위트 와인과 더불어 세계 3대 스위트 귀부와인으로 칭하기도 한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에게르시는 16세기 초까지 화이트 와인을 재배했으나 터키의 지배를 피해 건너온 발칸반도의 유랑민족에 의해 처음으로 레드 와인과 그 재배기술이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에게르성을 지킨 비꺼비르 레드와인이 으뜸이다.
 
공산주의하에서는 값싸고 촌스러운 레드 블렌딩 와인으로 사용된 비꺼비르 와인은 현재 헝가리 대표 레드 블렌드 와인으로 재탄생했다. 원래는 Kadarka라는 품종이 메인이었지만, 양조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점차 블라우프랑케쉬 (Blaufränkisch)로 대체되고 있다

. 현재는 위에 품종을 포함한 13가지 품종 중 최소 3개 이상의 품종을 블랜드 한 것을 황소의 피로 인정하고 있으며, 국제품종인 까베르네 쇼비뇽, 메를로도 포함되어 있다

#헝가리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중요한 유적지:에게르성
#미나르 첨탑, 광장 성당, 이스트반 광장, 파두아 안토니아 성당
#[출처] 헝가리 와인의 이해
ⓒ 웅상뉴스(웅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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