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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길을 떠나다(26)/ 몽골여행4 ˝구름기둥을 만나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3.03.27 12:23 수정 2023.05.04 12:23

↑↑ 몽골의 구름기둥 (사진제공:강명숙)
ⓒ 웅상뉴스(웅상신문)
며칠 동안 몽골 수도 울란바트로와 다르항 시내투어를 즐기고 난 후, 드디어 제대로 된 여행이 시작되었다, 울란바트로와 가까운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코이카 단원 중 동행을 할 수 있는 단원 몇 명과 함께 출발했다. 마침 대학 방학 중이라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다르항 대학 부총장이 인솔을 맡아 수고를 해주시겠다 했다.

여행사의 패키지여행은 어떠한지 모르지만, 몽골의 자유여행에서 멋진 휴식은 없다. 포근한 이부자리도 따뜻한 물의 샤워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광활한 하늘을 마주하고 초원에 누워 밤을 맞는 느낌은 이곳이 아니면 어느 곳에서 가질 수 있는 설렘이 될까. 첫 여행지는 후스테인 국립공원이다. 몽골의 젖줄 톨(Tuul)강이 흐르고 있는 국립공원 안에 잠자리를 마련했다. 톨(Tuul)강에서 한 무리의 말이 물을 마시고 있다. 우리도 강가에 텐트를 쳤다. 텐트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과 구름은 진정으로 환상적이었다. 저녁 늦은 시간이 되도록 몽골 말들은 무리를 지어 초원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 제주의 조랑말이 몽골 말 계통이라 한다. 고려가 몽골과의 전쟁에서 패해 몽골의 지배에 들어갔을 때 제주도가 몽골 황제의 말을 키우는 방목장으로 이용되었다. 그 이전 제주에서 키우던 말과 몽골의 말 사이 혼혈종이 현재 제주말이 되었다고 한다. 몽골어로 말을 ‘몰’이라 발음하는데 몽골에서 키우는 말을 ‘조르몰’ 이라고 했다. 제주의 말 ‘조랑말’과 닮았다는 생각이다.

조용히 흐르는 툴강과 광활한 평원에서 풀을 뜯는 한 무리의 말 그리고 드넓게 펼쳐진 하늘 아래로 마치 발을 굴러 뛰어오르면 손이 닿을 듯한 흰 구름, 목가적인 풍경을 누리고 있을 즈음, 자연의 이상징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정적이기만 하던 평원으로 불어오는 바람의 기운이 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의아해하며 바라 본 먼 산 너머로 구름 기둥이 몰려왔다. 두려움이 일었다. 그 엄청난 광경을 보면서 잠시 이스라엘 민족 출애굽 때 인도하던 구름 기둥도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바람의 기운이 점점 거칠어 마치 말갈기를 세우고 초원을 내달리는 말의 위용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구름 기둥이 바로 눈앞인 것 같은데 4킬로미터가 더 되는 거리라 했다. 구름 기둥의 장대함과 장엄함 앞에서 우린 피신자가 되어야 했다. 텐트를 걷어 자릉유스(1969년에 생산된 구 소련의 승합차량)안으로 대피했다. 구름 기둥과 바람이 지나가는 동안 자세를 낮추고 숨도 죽이며 기다렸다. 구름 기둥은 우박 섞인 비와 함께 자릉유스를 마구 흔들며 지나갔다. 엄청난 양의 비를 쏟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염려보다는 곱게 지나갔다. 인솔을 맡은 부총장님도 자신의 일생 처음 하는 경험이라 했다. 현지인이 난생처음인 경험을 여행객이 엄청난 자연의 기이한 현상을 경험했으니 두려움 속이었지만 복을 받은 셈이다.

↑↑ 몽골말
ⓒ 웅상뉴스(웅상신문)
모래폭풍이었다. 그날의 구름 기둥 기억은 아마 평생 잊히지 않을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신비스러운 연보랏빛 구름 기둥이 지나가고 난 밤, 급격히 떨어진 기온 탓에 오리털 침낭 안에서 추위로 밤새 잠을 설쳐야 했다. 몽골의 기온은 유월 평상시 한낮 기온이 25~6℃인데 비해 밤의 기온은 5~6℃로 떨어진다고 한다. 하루 안에 초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것이다. 모래폭풍의 영향으로 인해 밤 기온이 더 떨어져 고생한 밤이었다. 

초원의 텐트 속에서 추운 첫 밤을 보낸 이튿날, 아침이 이르게 다가와 잠을 깨웠다. 전날의 모래폭풍 기운이 남아있어서 겨울 아침같이 쌀쌀했다. 밥을 지어 집에서 가져간 김치를 반찬으로 아침을 먹고 설거지하려고 강물에 손을 넣으니 손이 시린 정도를 넘어 아렸다. 얼음 같은 물에 세수까지 하고 나니 밤새 잠을 설쳐 무겁던 머리가 한결 맑아졌다.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보며 오늘도 방랑자가 되어 초원을 누비고 다닐 생각에 설렘으로 시작하는 새날이 열렸다. 흘러 흘러 러시아의 바이칼 호수와 만나게 될 톨강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일행은 다시 자릉유스에 올랐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람라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을 나르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정호승 시 [여행] 전문
↑↑ 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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