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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장영주 칼럼

대통령과 키이우(키예프)와 안시성.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3.11 16:29 수정 2022.03.11 16:29

원암 장 영 주
사)국학원 상임고문
웅상신문 칼럼위원

ⓒ 웅상뉴스(웅상신문)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대통령 선거도 역사가 되었다.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는 당선인의 말처럼 ‘국민을 잘 모시기’ 위해서 안으로는 효율적인 부국강병 시책을 펼쳐야 한다. 밖으로는 평화로운 지구촌 건설을 위하여 우리의 건국철학인 ‘홍익인간’의 문화를 널리 진작해야 한다. 남북으로 쪼개진 체제와 사사건건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나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보듯이 동북아의 화약고라는 한반도의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 ‘유럽의 빵공장’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는 아르헨티나 팜파스, 북미 프레리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중심지에는 허물어진 커다란 건물 한 채가 유령처럼 서있었다. 서기 1,240년 몽골의 침입에 약탈당하고 불타버린 사원으로 이미 78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그날의 비극과 수치를 잊지 않겠다며 제거도 보수도 하지 않고 그냥 두고 있다.

푸틴이 벌린 전쟁 속에서 곧 체포되거나 전사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것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처지이다. 그러나 그는 간곡한 탈출 권유에 “나는 도피가 아니라 무기가 필요하다.”고 외친다. “여러분이 지금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나의 마지막일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유럽의 이상을 위하여 죽어 가고 있습니다.“ ”나도 인간이기에 두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두려움을 느낄 권리도 없습니다.“ 목숨을 내려놓은 자만이 할 수 있는 그의 육성은 세계를 숙연하게 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배우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되었다. ‘진인사대천명’이다. 사람이 제 할 일을 다 하니 하늘이 돕는다. 3월이 되면 우크라이나의 드넓은 평야는 진흙 밭인 ‘라스푸티차’로 돌변한다.
나폴레옹, 히틀러도 큰 곤욕을 당한 우크라이나 특유의 자연이다. 호호탕탕 진격하던 러시아 탱크부대가 카이우 북쪽에서 64km에 걸쳐 제자리에 길게 멈춰선 이유이기도 하다. 사나흘이면 우크라이나 정도는 힘없이 항복할거라는 지레짐작에 푸틴 스스로 넘어갔다. 독재자 특유의 ‘오만증후군’에 전쟁에서 가장 금해야 할 ‘경적필패’의 함정에 빠졌다. 시진핑, 푸틴, 김정은 등등 자기애가 강한 장기집권의 독재자들은 분명 ‘오만 증후군’이라는 ‘라스푸티차’에 빠져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들도 이웃도 한층 더 위험해지는 것이다.

서기 645년 당 태종 이세민은 반대를 무릅쓰고 고구려 침공을 결심한다. 이세민은 상승장군이자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세 명의 황제 중 한 명으로 존경받고 있다. 지존의 황제가 직접 전투에 참가하므로 군량·선박·각종 전투기구와 수송대까지 104만에 이르는 대군이 결성되었다. 4월 1일 당나라의 이세적이 이끄는 당 나라 선봉은 요하를 건너 고구려를 침공하여 ‘개모성’(현, 무순 토성)을 함락시킨다. 당 태종은 난공불락의 성들을 차례차례 함락시키고 안시성(영성자 산성 비정)을 향한다. 연개소문은 고구려 군과 말갈 병 15만 명으로 안시성을 구원하게 한다. 그들은 오히려 당 군의 공격에 3만 6,800명의 군사와 함께 패하고 항복한다. 당 태종은 여세를 몰아 더욱 거세게 안시성에 총공격을 감행한다.

안시성은 고립무원으로 절체절명의 고도가 되었다. 안시성은 양만춘 성주(城主)를 중심으로 88일간의 결사적인 항쟁으로 당나라 대군을 물리친다. 이 전투 중에 당 태종 이세민은 양만춘 장군의 화살에 한쪽 눈을 잃고 진흙 밭인 요택을 기어가듯 황망하게 퇴각하였다고 한다. 요하의 2백리에 걸친 진흙 밭은 가히 고구려의 ‘라스푸티차’가 아닐 수 없다. 730여년이 흘러 고려의 대학자 목은 이색은 ‘정관음(貞觀吟)’라는 시로 안시성을 지켜낸 천하명장이자 절세충신인 양만춘을 추모하였다. 소국의 지식인이 상국의 황제를 대놓고 비웃을 수 없으니 비유가 낭자하다. ,

“(고구려를)주머니 속에 있는 한 물건인줄 가벼이 여겼으나, 뉘 알았으랴, 검은 꽃(당태종의 눈)이 흰 날개(양만춘의 화살)에 (맞아)떨어질 줄을.” (爲是囊中一物爾 那知玄花落白羽) 서기 649년, 부상으로 병이 깊어진 이세민은 “절대 고구려를 침공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고구려는 연개소문의 아들들의 불화로 멸망하고 결국 신라의 문무대왕이 당 군의 도움으로 삼한을 통일한다. 그러나 당 군은 백제와 고구려를 거저 손에 넣고도 신라마저 차지할 야욕을 숨기지 않는다. 참다못한 문무대왕은 마침내 점령군인 당 군사령관 설인귀을 크게 꾸짖고 공격해 들어간다. 그 개전문서인 ‘답설인귀서(答薛仁貴書)’는 나라의 주인으로써 당당함과 웅혼함이 충만하다.

“당신들의 뼈와 거죽은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피와 살은 신라의 것이다”. 당병 1만 명이 4년간 신라가 제공한 옷을 입고 식량을 먹었던 사실을 빗댄 것이었다. 문무대왕은 해야 할 말을 했던 군주였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질서가 그 옛날 안시성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과 지도층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앞장 설 때 ‘의병의 나라’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그 무엇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아시아를 초월하여 지구촌의 진화를 이끌어 갈 정신문명의 중심국이 될 수 있다. 분명 하느님이 보우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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