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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인문학 산책] ‘헤아림’과 ‘배움’에 대하여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3.08 05:23 수정 2022.03.08 05:23

이동명 양산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이동명 양산시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장
인구 감소와 서울 쏠림현상으로 지방대학의 현실은 ‘학생 수급’이 가장 큰 당면한 문제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제 대학은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가지고 함께 소통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얼마 전, 총장님이 주재하는 학교회의에 참여해 보았다. 많은 관계자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목소리를 내었다. 지역주민은 대학에서 제공하는 지적 혜택을 누리면서 절박한 대학 현실에 부담을 갖는다. 

나아가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학교 관계자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학의 위기의식을 당연시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동안 묵혀둔 다양한 민원사항까지 들먹이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에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세 사람이 길을 같이 걸어가면 반드시 내 스승이 있다, 라는 글이 있다. 유학은 관계학이다. 

그 앞에 나오는 글귀는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좋은 것은 좇고 나쁜 것은 고쳐라’라고 돼 있다. 관계의 소통은 다른 사람들과의 생각 차이를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많은 혼란을 받아들이고 뉘우침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지혜의 서막이다.

대학의 역할과 존재론이 고민으로 남는다. 비판을 겸허히 담는 그릇이 되는 학교와 최소한 부정적 시각보다 대학의 존재가치를 인정할 줄 아는 주민이 되어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앞날을 내다보는 자세로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을 함께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요즘 지역에서 주민역량강화를 목표로 하는 다양한 대학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다. 성인 학습자들이 이웃에 의해 직·간접으로 자석에 이끌리듯 인문학 강좌를 들으러 온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인문학이 갖는 무게가 급격히 커지는 느낌이다.

삶의 역경을 구비 구비 넘어오는 나에게 그 견딤의 위안이 되어준 것이 만학이다. 회갑의 나이에 대학의 학업은 부담스럽지만 책과 강의실은 아둔한 나에게 평범하거나 치열한 경쟁이 아닌 휴식처였으며, 아울러 신앙적 가치로 다가왔다. 

교수님의 언행, 함께하는 학우들, 그 모두가 스승이었다. 심지어 행정을 보는 교직원이며 텅 비어있는 도서관에 외로이 홀로 앉아 자리를 지키는 학생들까지도……. 그들은 한결같이 ‘배움’을 주는 ‘헤아림’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베움’이 너무 좋아서 나는 이것을 아내와 아들에게 권했고, 그들도 이제 같은 대학을 다니게 되었다.

4년의 학업을 통해 인문학사 학위를 받는 날, 소감 발표로 “등 굽은 나무가 선산 지키듯 저와 우리 가족의 학업 참여가 지역에 인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들에게 느낌표라도 되어 주어진다면 이 또한 보람이다."라고 했다.

좋아하는 논어의 里仁篇(이인편)에,
‘子曰 里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 (자왈 이인위미 택불처인 언득지)’라는 글귀가 나온다. ‘공선생님께서 한 마디 하셨다. 인정이 넘치는 곳에 터전을 꾸리는 것이 좋다. 이곳저곳을 가리면서 인정미 넘치는 곳에 살지 않는다면 어떻게 슬기롭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인문학사란 좋은 학위를 받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양산 웅상은 참으로 자연환경이 아름답다. 머잖아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이 와이즈유 영산대와 함께 인문의 향香이 넘쳐나는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리라 기대해본다. 그렇게 되면 많은 슬기로운 사람들이 이곳에 기웃거리며, 와서 살기를 희망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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