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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길을 떠나다12 / 가슴 설레는 봄, 동해안 나들이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2.03.08 05:06 수정 2022.03.08 05:06

강명숙 시인

고릴라 바위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여도 삼면이 다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은 아니다. 부산 송정에서 시작되는 남해안은 이름 그대로 다도해라 불리니 옹기종기 바다에 뜬 섬들이 많다. 해안을 따라 고불고불 돌아가노라면 굽이굽이마다 다른 풍경과 절경을 내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해남에서 시작되는 서해안 역시도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모여있는 고군산군도와 덕적군도를 거느리고 있어 해안의 아름다움이 그지없다. 더 보태어 썰물에 바다가 밀려 나간 남해와 서해의 해안 길 위에 서면 서정이 자극을 받는 바닷길이 된다.

이런 남해안이나 서해안과 달리 동해안은 근육질의 남성미가 느껴져 역동적이다. 바람에 갈기를 날리며 무리 지어 해안으로 달려오는 백마를 연상하게 하는 파도의 힘이 그러하다. 거침없이 바다를 온전히 펼치고 있는 망망대해다. 연필로 그어놓은 수평선만이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이야기할 뿐이다.

지난 글에 적었던 전촌 용굴, 바닷물이 넘나드는 전촌 동굴을 떠나 감포항을 향한다. 감포항은 경주에 속한 활기찬 항구이다. 우리 지역 가까이 기장에는 야구 부산을 상징하는 야구등대, 칠암의 붕장어 등대와 더불어 다양한 등대를 만들어 바다를 찾는 재미를 더 하게 하듯, 경주의 감포항에는 감은사지 3층 석탑과 신덕 대왕 신종을 품은 등대가 신라의 역사를 담고 서서 바다와 선박, 뱃사람들의 안녕을 지킨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잠시 등대의 색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우리가 만나는 등대는 주로 하얀색의 등대다. 하얀색 등대의 의미는 왼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알리고 빨간 등대는 오른쪽에 장애물,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나란히 서 있다면 그 사이가 안전하다는 의미이다. 가끔 보게 되는 초록 등대는 주변에 숨은 암초가 있음을 알리고 노란색 등대는 군사시설이나 암초가 있음을 알린다. 반짝이는 불빛도 당연히 등대의 색과 같은 색을 낸다.

감포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양포항이다. 이제 포항이 시작되는 것이다. 양포는 포항의 미항이라 불리는 항이다. 그 길이가 700여 미터에 이르는 양포 방파제는 `한국의 명 방파제`에도 이름이 올랐다. 양포항을 지나면 여행객의 발이 끊이지 않는 구룡포항이다. 

쌍거북바위
여행길에 구룡포항을 거친다면, 일제 강점기 시대 해산물 수탈을 위해 이주해 와 살았던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근대역사문화 거리`를 걸어보라. 그리고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는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자. 이 거리는 두어 해 전 한 TV 방송사에서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동백곷 필 무렵`의 배경이 되기도 해한 곳이라 코로나 시대에도 골목이 복잡할 정도이다.

감포에서 호미곶 반도를 향해 가는 길 석병리에서 지방도 929를 벗어나 오른쪽 바다 끝으로 가면, 대한민국의 최동단 표지석이 있다. 섬을 제외한 육지에서 가장 동쪽 끝인 것이다. 참고로 휴전선을 가진 우리나라의 육지 최남단은 전남의 해남 땅끝이고 최서단은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이 있는 모항리이다. 최북단 강원도 고성의 현내리이다.

호미곶은 해맞이 광장, 새천년기념관 그리고 유명한 상생의 손이 있는, 전국에 너무도 잘 알려진 곳이다. 호미반도에 서 있는 호미곶 등대는 1908년에 점등을 시작해 우리나라에서 인천 1903년 점등을 시작한 팔미 등대에 이어 두 번째 역사를 가진 등대이다. 삼면이 바다인 땅에 살고 있으니 지나는 길에 들러봄직도 하다.

호미반도를 지나면 가수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의 한 구절이 흥얼거려지는 포항 영일만이다. 멀리 포스코(포항제철)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른쪽에 영일만을 끼고 달리는 해안로는 7번 국도와는 달리 오밀조밀하게 펼쳐지는 어촌 풍경이 정겹다. 

푸른 바다에 안구를 정화시키며 20여 분 넘게 달리면 매년 칠월 칠석이면 동해의 용왕이 선녀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는 `하선대`다. 나무데크로 잘 조성된 해안 둘레길은 발에 닿을 듯 다가오는 파도와 함께 걸을 수 있다. 힌디기 해안동굴, 선바우, 소원바위, 안중근의사 손바닥바위, 고릴라바위 등을 보며 걷는 바닷길이 마냥 어린아이 마냥 즐겁다.

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신라 연오랑과 세오녀 부부의 설화가 테마가 되어 조성된 `연오랑 세오녀 테마공원`을 향한다. 설화는 신라 8대 아사달 왕 때 신라의 연오와 세오 부부가 신라를 떠나 일본으로 가게 된 후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세오가 일본에서 비단을 짜 신라로 보내며 제사를 지내라 하여 그리하였더니 다시 빛을 회복하였다 한다.

일월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조성된 테마공원에는 일월대를 비롯한 세오가 보낸 비단을 보관하던 귀비고, 한국뜰, 일본뜰, 신라촌, 연오와 세오가 일본으로 갈 때 타고 갔으며 세오가 짠 비단을 싣고 왔다는 쌍거북 바위 등 공원 여기저기 둘러볼만한 곳이 많다. 두 번을 갔지만 늘 마지막 장소가 되어 야무지게 다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돌아오는 길 서녘 하늘은 바이올렛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강명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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