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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산책

문화산책 / 부네치아 그리고 일몰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21.06.16 09:02 수정 2021.06.16 09:02

강명숙 시인

ⓒ 웅상뉴스(웅상신문)
`바다가 곁에 있어도 나는 바다가 그립다.’ 바다를 좋아하는 필자가 자주 하는 말이다. 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시집의 제목을 가져다 쓴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일상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핑계로 앞세워 바다는 자주 찾는 편이다. 가까이 동해가 있어 마음만 미치면 쉬이 바다를 만날 수 있으니 더 그러한 것이다. 가까운 동해는 늘 힘찬 모습을 보여줘 삶의 끈이 느슨해질 때 만나러 가게 되는 바다이고, 한 발 먼 남해는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찾게 되는 바다인 셈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 장림포구

필자는 삶의 모서리를 만나 아픈 날 부산의 남해인 다대포를 찾아간다. 그리고 다대포의 일몰 풍경에서 위로의 선물을 받는다. 양산에서 35번 국도와 이어진 강변로를 달려 다대포로 가는 길에 장림포구에 들렀다. 일몰의 때가 아직 일러 잠시 포구에 머물며 몇 장의 사진을 담았다. 먼 길을 달려온 낙동강의 끄트머리에 자리한 장림포구는 오래전 낙동강에서 재첩이 날 땐 재첩잡이 배들이 들고나기를 많이 했다는 포구다.

그때의 영화가 사라진 지금의 장림포구는 알록달록 앙증스러운 건물들과 포구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정경이 마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부라노 섬과 닮았다 하여 부산의 베네치아 ‘부네치아’로 불리고 있다. 부네치아 장림포구는 외지에서 온 여행객들도 찾는 명소가 되었다는데 오히려 지역민이 잘 모르는 곳이라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 일몰

다대포의 일몰은 언제 보아도 장관이다. 붉은 불덩이가 건너편 가덕도 연대봉을 태우며 바다를 물들이는 광경 앞에 서면 그저 숙연해질 뿐이다. 사느라고 얻은 아픔들도 해넘이와 함께 사그라져 평온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하루해가 빛을 다하기 전, 다대포 해안에서 벗어나 아미산 전망대를 찾았다.
아미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다대포 풍경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 감동을 더한다. 1300리 길을 달려온 낙동강이 몸을 푸는 기수역, 그곳에서 강과 바다가 몸을 섞어 새로운 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철새도래지로 잘 알려진 을숙도가 그러하고 장자도를 비롯한 진우도, 신자도, 맹금머리, 백합등, 대마등, 도요등의 모래톱이 그러하다.

가덕도 연대봉에서 걸린 붉은 노을이 바이올렛 빛으로 지쳐갈 즈음 모래톱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순해지는 풍경 속에 마음을 맡긴다. 수없는 물길이 쓸어내린 등을 셀 수 없는 파도가 밀려와 일으켜 세운다. 노을은 아름다운 내일을 약속하며 하루에게 등 돌리는 시간, 일몰이다.

ⓒ 웅상뉴스(웅상신문)
하늘과 바다 그 간극의 틈새 /
어둠이 던져진다 / 한낮의 태양 아래 / 쏟아져 나온 언어는 /
허공의 가장자리에 몸을 뉘었다 //

언어는 잠들수록 좋다 / 가슴만 울어야 하는 시간 /기약 없는 이별도 설움인데 /우리들 지난 시간은 /수평선 아래로 추락하고 /수장 된 기다림에는 / 지느러미가 없다 //

개밥바라기별 바다로 숨어들고 / 등대를 상실한 불빛의 / 촉수는 수면을 더듬는다// 수평선 현을 딛고 선 집어등 / 현란한 불빛의 미늘에 걸려 / 하늘도 바다도 잠식된 침묵의 시간.
[졸시 `일몰` 전문]
강명숙 시인

양산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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