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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야기가 있는 풍경

잠시나마 그림 속의 풍경이 되어.....

김경희 기자 입력 2012.09.10 11:10 수정 2012.09.10 11:10

외젠 들라크루아는 한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산이나 들이나 나무들을 그렸다. 형인 샤를 앙리들라크루아 장군의 집에 머물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그린 것 중에 ‘저수지’라는 그림이 있다. 수면 위로 길게 가지를 뻗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는 듯한 나무와 수면 밑으로 뿌리를 내린 나무들. 그것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낮게 내려앉은 하늘과 구름과 내 자신이 마치 한몸이라도 되는 듯 서로 잘 어우러지면서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감정을 체험하게 된다.

나는 그 그림을 통해서 한 폭의 아름다운 자연이 세파에 물든 심신을 정화시키는데, 얼마나 지대한 공헌을 하는지 새삼 느꼈다.

웅상에도 그런 저수지가 하나 있다. 일을 하다가 머리가 복잡해질 때나 맑고 신선한 공기가 쐬고 싶을 때 가끔 올라가는 저수지다. 바로 장흥 저수지로 외젠 들라크루아의 ‘저수지’와 비슷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러니까 단 하나, 저수지 위를 가로 지르는 철도와 수십 분 간격으로 지나가는 열차 때문에 번번이 산과 물이 흔들리는 것을 빼면 그렇다. 그곳에는 한때 시끄럽게 했던 지율 스님도 도룡룡도 없다. 노루도 산토끼도 보이지 않는다. 한쪽에 파헤쳐 놓은 산도 흉물스럽다. 그런 점들이 아쉽지만 남아 있는 풍경들은 그런 대로 호젓하고 한가롭다.

장흥 저수지는 천성산 줄기가 뻗어 있는 산지 사이 고려시대부터 형성되어온 장흥 마을 바로 옆에 있다. 무지개 폭포로 올라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저수지에서 내려간 물은 평산교 근처에서 회야강과 합류해서 북쪽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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