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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따뜻한 이웃

서창 시장을 돌아다니다

웅상뉴스 기자 입력 2012.09.05 15:45 수정 2012.09.05 03:45

서창 시장을 돌아다닌다. 어릴 적 기억들이 파편적으로 떠오른다. 우리집 앞은 포도밭이었고 포도나무 밑에는 딸기를 심었다. 엄마는 봄에는 딸기를, 초여름에는 포도를 읍내 시장에 가서 팔았다. 나는 다라이를 이고 시장에 가는 엄마 뒤를 자주 따라 나섰다. 머리 위에 쏟아지던 따가운 햇살, 철도에서 무럭무럭 피어오르던 김, 길은 한없이 멀고 지열에 발바닥이 뜨거웠지만 난 오히려 그런 시간들을 즐겼다. 포도와 딸기를 팔고 있는 엄마 옆에서 뭘 했는지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붐비는 사람들 틈새를 비집고 느릿하게 걸음을 옮긴다. 난전에 늘어놓은 생선도 구경하고 튀김도 사 먹고 국수도 사 먹고 화사한 색깔의 옷들도 구경한다. 마트보다 야채값도 싸고 생선도 싸다.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서 막 캐온 듯한 쑥이며, 각종 나물들을 파는 할머니들, 까불까불 돌아다니는 아이들. 문득 그들의 모습에서 어릴 적의 내 모습을 발견한다. 딸기며, 포도를 팔고 있는 엄마 옆에서 나는 저렇게 뛰어놀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도 이렇게 정겨운 풍경의 시장이 존재할까. 무지한 속도로 세상이 발전하고 있으니, 시장이 어떤 형태로 바뀔지 잘 알 수 없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장이 오래 존재하기를, 속으로 기대해 본다. 소설가/김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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